Skip links

언론보도

‘유해 아기욕조’ 논란, 형사 고소·고발 이어 집단소송 본격화

산업통상자원부 “아기욕조, 기준치 612배 화학 첨가제 검출”
KC인증 표시해 제조·판매···사기 및 어린이제품법 위반 고발
“구매 결정에 중요한 ‘안전성’ 기만···거짓 인증표시도 문제”
민사소송 제기 전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신청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의 인기 상품인 5000원짜리 ‘아기욕조’에서 기준치의 600배를 넘는 화학 첨가제가 검출됐다. 이 화학 첨가제는 그동안 발암, 변이 등에 대한 위험성 보고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욕조를 구매한 부모들은 유해물질이 아이에게 흡수됐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모들은 또 판매·제조업체가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표시(공급자적합성확인표시, KC인증)를 한 것은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기대’를 기망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제조·판매 업체와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고발과 집단소송 움직임이 활발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10일 대현화학공업이 제조한 ‘아기욕조 코스마(KHB_W5EF8A6)’ 배수구 마개에서 기준치 612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검출됐다며 리콜 명령을 내렸다. 제품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다이소에서 ‘물빠짐 아기 욕조’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제품은 싱크대에 딱 맞는 크기, 가격 대비 좋은 성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맘카페 등에서는 ‘국민 아기욕조’로 불렸다.

검출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인 폴리염화비닐(PVC)를 쉽게 성형·가공하도록 도와주는 화학적 첨가제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켜 생식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위험성이 보고된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 역시 어린이용 제품에 프탈레이트계 총 함유량을 0.1%(1kg당 1000mg) 이하로 제한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허용 기준치 600배가 넘는 화학 첨가제를 흡수했고, 이 첨가제가 향후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해당 제품은 36개월 미만의 신생아를 눕혀 물을 받아 사용하는데, 신생아의 피부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직접 흡수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이다. 또 신생아의 특성상 모든 제품을 입에 가져가려는 행동을 보이는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초과 함유된 마개를 신생아가 물고 빨았을 경우 화학 첨가제를 직접 섭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 프탈레이트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쉴라 사트히아나라이아나 미국 워싱턴대 소아과 교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장난감을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보인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행동은 더 자주 나타나며, 이 때문에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는 프탈레이트 사용은 중지 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 소비자, 제조·판매사 형사고소···“악의적이고 고의성 분명”

한 소비자는 제조사 대현화학공업과 이 회사 대표, 포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자 기현산업과 회사대표를 각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상 사기(특경법상 사기)와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어린이제품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인은 고소장에서 “피고소인들은 종전과 다른 새로운 PVC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제조·판매할 경우 어떠한 가소제가 사용됐는지, 어느 정도 함유됐는지를 확인했어야 한다. 유해화학물질 노출에 특히 취약한 신생아가 사용하는 제품임을 고려하면 그 확인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며 “이러한 확인절차 없이 제품을 제조·판매한 경위를 보면, 피고소인들은 해당 제품이 신생아들의 건강을 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소인은 또 “어린이제품법은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확인 중 어느 한가지의 안전기준에 따라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피고소인들은 공통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KC인증 표시를 한 것을 보면 고의성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고소인은 “이 사건 제품에 표시된 KC인증은 국가인증제도로서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매우 크다”며 “이는 제품 구매 결정에 가장 중요한 안정성을 기망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술의 정도를 넘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소인들은 구매자들의 구매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제품의 안전성에 관해 기망한 것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며 “통계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제품판매기간 신생아수는 30만 명이 넘고, 제품 구입시 ‘씻기는 용도’ ‘헹구는 용도’로 신생아 1명당 2개꼴로 구매한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피고인들의 이득액이 5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특경법상 사기죄는 5억원 이상일 경우 적용된다.

법조계에서도 형사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강경두 법무법인 공명 변호사는 520명의 고발인을 대신해 다이소와 대현화학공업, 기현산업과 각 대표자들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중앙지검은 동작경찰서에 수사를 지휘했고, 동작서는 관련 고소고발 건을 병합해 수사중이다.

◇피해자 500여명 집단소송 예고···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도

집단소송 움직임도 활발하다. 법무법인 공명 외에 로피드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대륙아주 등 다수 로펌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에는 현재까지 약 500여명의 소비자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파악됐다.

대륙아주는 공정위 신고,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도 준비중이다. 이승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제조·판매사들의 판매 행위가 표시광고법상 금지되는 ‘거짓, 과장의 표시,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며 “표시광고법 위반죄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필요해 공정위에 신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손해배상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어 대체할 수 있는 분쟁해결방법으로 소비자 분쟁조정 또한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분쟁조정이 받아들여질 경우 피해의 원인규명에 대한 시험, 조사 등을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는 이번 리콜 사건과 관련 ‘사죄문’을 게재하고 “최초 입고 당시 안정성 및 품질 검사를 거쳐 판매해 왔지만, 추가 입고 과정에서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한 제품이 생산·납품돼 판매까지 이어지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큰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상품이 안전해야 하지만, 특히 유아용으로 사용되는 상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하지 못한 점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상품에 대해 안전 및 품질 검증시스템을 점검, 보완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현화학공업도 사과문을 통해 “원재료의 관리미흡으로 판매중인 상품의 안전성문제를 일으키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제품 생산 공전 전 과정에 대해 더욱 강화된 철저한 안전관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