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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혼인무효] 판례평석-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0므15896 전원합의체 판결 [혼인의무효]

※판결요지※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이미 해소되었다면 기왕의 혼인관계는 과거의 법률관계가 된다. 그러나 신분관계인 혼인관계는 그것을 전제로 하여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되고 그에 관하여 일일이 효력의 확인을 구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인 혼인관계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ㆍ적절한 수단일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무효인 혼인과 이혼은 법적 효과가 다르다. 무효인 혼인은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사람과의 혼인금지 규정(민법 제809조 제2항)이나 친족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하여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형법 제328조 제1항 등)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혼인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되었더라도 그 효력은 장래에 대해서만 발생하므로 이혼 전에 혼인을 전제로 발생한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므로 이혼 이후에도 혼인관계가 무효임을 확인할 실익이 존재한다.

② 가사소송법은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된 경우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가사소송법 규정에 비추어 이혼한 이후 제기되는 혼인무효 확인의 소가 과거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③ 대법원은 협의파양으로 양친자관계가 해소된 이후 제기된 입양무효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된 이후 제기된 혼인무효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을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④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요구를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⑤ 가족관계등록부의 잘못된 기재가 단순한 불명예이거나 간접적ㆍ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다고 보아 그 기재의 정정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기재 내용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에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한다면, 혼인무효 사유의 존부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할 방법을 미리 막아버림으로써 국민이 온전히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달리 ‘단순히 여자인 청구인이 혼인하였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되어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는 청구인의 현재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이혼신고로써 해소된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이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본 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판례평석※

확인의소는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합니다. 소송은 기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소의 이익이란 쉽게 설명해서 재판을 받을 만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따라서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은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받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고, 현재가 아닌 과거의 법률관계는 일반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없습니다. 이미 종결된 법률관계에 대해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법률관계라도 그것이 이해관계인 사이에 현재 또는 잠재적 분쟁의 전제가 되어 과거의 법률관계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ㆍ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447 판결, 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므69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은 당사자가 이혼 후 주위적으로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예비적으로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한 케이스입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는 ‘혼인관계가 이미 이혼신고로 해소되었다면 위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 확인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판결을 인용하면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미 이혼신고가 이루어졌고 이 사건에서 원고의 현재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혼인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도 이미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었으므로 역시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 위 판결을 변경하였습니다. 그 근거로 첫째 무효인 혼인과 이혼은 법적효과가 다르므로, 이혼 후에도 혼인관계가 무효임을 확인할 실익이 있는 점, 둘째 가사소송법상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된 경우에도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점, 셋째 협의파양으로 양친자관계가 해소된 이후 제기된 입양무효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고 있는 점, 넷째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요구를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는 점, 다섯째 국민의 온전한 권리구제를 위해 필요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변경된 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판결은 이혼과 혼인무효의 법적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과거의 법률관계라는 점을 들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였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판결은 이혼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되었더라도 과거에 존재하였던 혼인관계의 무효를 구할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