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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판례평석][개인파산, 비면책채권]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3다266031 판결 [구상금]

※판결요지※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면책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가 있을 경우 그 채권자로서는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므로, 절차 참여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게 되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면책제도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채무자에 대하여 경제적 재기와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고, 면책결정이 확정되었음에도 비면책채권으로 남는 경우 채무자는 면책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오로지 그 채무변제를 위해서 경제활동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채무자의 악의 여부는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의 규정 취지와 함께 위와 같은 면책제도의 이념과 비면책채권으로 인한 채무자의 불이익 등을 충분히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관련성,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채무부담의 원인이 된 법률행위 시점부터 면책신청 시까지 시간적 간격, 그동안 채권자의 이행청구, 집행 등의 유무와 이에 대한 채무자의 현실적인 인식 가능성,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면책절차 당시 채무자의 경제적ㆍ심리적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파산채권 성립을 위한 법률관계가 형성될 무렵 채무자가 그러한 법률관계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을 들어 채무자의 악의를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하여야 한다. 이때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은 비면책채권임을 주장하는 채권자에게 있다.

[2] 甲이 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丙은 甲의 대출금채무에 관하여 한정근보증을 하였는데, 그 후 甲이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면서 채권자목록에 乙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기재하였으나 丙에 대한 장래 구상채무는 기재하지 않았고, 甲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된 후 丙이 甲의 대출금채무를 대위변제한 다음 甲을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甲은 丙이 보증계약을 체결한 지 10여 년이 지나서 면책을 신청하였는데 장기간이 지난 면책신청 당시 장래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丙은 면책결정 전까지 乙은행에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甲에게 대출금채무의 변제를 독촉하는 등 장래 구상금채권이 존재한다고 알리거나 甲과 사이에 장래 구상금채권의 존재를 계속 상기시킬 정도의 인적 관계가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는 점, 甲은 면책신청 당시 채권자목록에 丙의 장래 구상금채권의 기초가 되는 乙은행의 대출금채권을 기재하였고, 달리 丙의 장래 구상금채권의 존재를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에 비추어 甲이 면책신청 당시 丙에 대한 장래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丙의 구상금채권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례평석※

채무자회생법상 개인인 채무자는 파산신청일로부터 파산선고가 확정된 날 이후 1월 이내에 법원에 면책신청을 할 수 있고(동법 제566조 제1항), 법원은 동법 제564제 1항 각호의 사유가 없는 한 면책을 허가해야 하며,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됩니다(동법 제566조).

채무자에 대한 면책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청구권은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데(동법 제566조 단서),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세

2. 벌금ㆍ과료ㆍ형사소송비용ㆍ추징금 및 과태료

3.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4.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5.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ㆍ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6.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

7.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다만,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

위와 같이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채권(비면책채권) 중 위 사안에서 문제가 된 것은 7호의 경우입니다.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으면 그 채권자로서는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절차 참여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게 되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채권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책임이 면제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위 7호의 비면책채권을 해석함에 있어 채무자의 ‘악의’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즉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면서, ①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면 과실이 있더라도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고(책임이 면제되고), ②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사안에서 甲이 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丙은 甲의 대출금채무에 관하여 한정근보증을 하였는데, 그 후 甲이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면서 채권자목록에 乙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기재하였으나 丙에 대한 장래 구상채무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甲에 대한 면책 이후 乙은행은 보증인인 丙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했을 것이고, 이에 丙이 甲의 대출금채무를 대위변제한 다음 甲을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甲이 丙에 대한 장래구상채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점이 위 7호의 비면책채권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채무자의 악의를 판단함에 있어 구체적으로는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관련성,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채무부담의 원인이 된 법률행위 시점부터 면책신청 시까지 시간적 간격, 그동안 채권자의 이행청구, 집행 등의 유무와 이에 대한 채무자의 현실적인 인식 가능성, 누락의 경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은 비면책채권임을 주장하는 채권자에게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안에서 甲은 丙이 보증계약을 체결한 지 10여 년이 지나서 면책을 신청하였는데 장기간이 지난 면책신청 당시 장래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丙은 면책결정 전까지 乙은행에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甲에게 대출금채무의 변제를 독촉하는 등 장래 구상금채권이 존재한다고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물론 일반인의 입장에서 장래에 발생할 구상금 채권까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갑이 병의 장래구상채권을 알면서도 악의로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러한 채무자의 악의까지 채권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입증책임을 지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민사소송에서 입증책임은 누가 부담하는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 신고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채무자와 채권자들의 사이의 형평을 보다 신중히 고려하는 법원의 판단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