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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공제와 상계] 판례평석-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27699 판결 [원상회복금]

※판결요지※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공제는 복수 채권ㆍ채무의 상호 정산을 내용으로 하는 채권소멸 원인이라는 점에서 상계와 유사하다. 그러나 공제에는 원칙적으로 상계적상, 상계 금지나 제한, 상계의 기판력 등 상계에 관한 법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부동산임대차관계 등 특정 법률관계에서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공제의 의사표시 없이도 당연히 공제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점 등에서 공제는 상계와 구별된다. 또한 공제는 상계 금지나 제한과 무관하게 제3자에 우선하여 채권의 실질적 만족을 얻게 한다는 점에서 상계보다 강한 담보적 효력을 가진다. 한편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는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공제나 상계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으므로, 공제나 상계적상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공제 기준시점이나 상계적상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공제나 상계의 의사표시가 별도로 필요한지 등을 자유롭게 정하여 당사자 사이에 그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공제와 상계 중 무엇에 관한 약정인지는 약정의 문언과 체계, 약정의 경위와 목적, 채권들의 상호관계, 제3자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판례평석※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하면서 ‘공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상계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는데, 위 대법원 판례는 공제와 상계의 차이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대법원은 공제와 상계는 기본적으로 복수 채권ㆍ채무의 상호 정산을 내용으로 하는 채권소멸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하면서도, 공제는 상계적상이나 상계에 관한 법률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상계 금지나 제한과 무관하게 제3자에 우선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는다는 점에서 상계보다 강한 담보적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공제는 상계와 다른 점이 있고, 상계금지나 적상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판례의 사실관계를 간략히 설명드리면, 원고들은 아파트 수분양자들이었고, 피고는 시행자였습니다. 원고들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 아래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중도금을 전액 대출받아 피고에게 지급하였고, 피고는 원고들의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대한 구상채무를 연대보증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들이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지 않자, 피고가 이를 대위변제하였고, 원고들이 기 납부한 분양대금에서 중도금 대출금 상당액을 공제 또는 상계한 케이스입니다.

즉 원고들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받을 당시 중도금대출금융기관과 ‘확인서’를 작성하였는데, 확인서의 제1조 제3항은 ‘피고는 원고들에게 중도금 대출과 관련하여 금융기관과 체결한 대출협약서상 기한의 이익 상실사유가 발생함과 동시에 대출금 원금 및 이자(연체이자 포함) 등 일체의 금원에 대하여 사전구상권을 가지며, 원고들은 위 사유가 발생하는 즉시 그 금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조는 ‘피고는 제1조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함과 동시에 원고들이 기납입한 분양대금 또는 분양대금반환청구채권에서 위 사전구상권에 기한 금원을 공제 내지 상계할 수 있으며, 원고들은 이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분양계약서 제2조 제4항은 ‘이 사건 분양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될 경우 원고들이 기납부한 분양대금은 위약금, 연체료(연체이자 포함), 대출금, 대납이자, 관리비 등의 순서로 충당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들이 중도금 대출만기가 도래하였음에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그 대출원리금을 각 금융기관에 변제하였습니다. 피고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위 공사가 원고들을 위하여 대위변제한 돈을 변제하였고, 2018. 2. 20. 원고들의 분양대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들이 이 사건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이미 납부한 계약금 등의 반환을 구하자, 피고는 주위적으로 이 사건 확인서 제1조 제3항 및 제2조에 따른 공제 내지 상계항변, 그 후에도 원고들의 채권액이 남는다면 예비적으로 피고가 별도로 대위변제한 소송비용에 관한 구상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항변을 한 케이스입니다.

위 사안에서 원심은 피고의 공제 내지 상계 항변을 상계에 관한 주장으로 판단한 후 상계적상 시점을 분양계약 해제일로 보아 정산금의 액수를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서 본 판시와 같이 공제와 상계의 차이점을 설명한 후 공제 기준시점 또는 상계적상시점은 중도금대출만기일로 판단하였습니다. 앞서 원고들이 작성한 확인서에 “사전구상권이 발생함과 동시에 피고가 공제 내지 상계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중도금대출만기일이 기준시점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간 공제와 상계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채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법원에서도 공제에 관한 주장을 상계항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향후에는 공제에 상계는 분명히 다르고, 공제가 상계보다 강력한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